(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면적인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내비쳤다. SK 안팎에선 기존 '60대 부회장단'의 퇴진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다이알로그(TPD)'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하다”며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고, 결과를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그룹 최고 경영진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외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에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인의 부회장은 2016년 이후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올라 7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핵심 인사였다.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물러나게 되면, 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과 서진우 중국 담당 부회장도 동반 퇴진을 할 공산이 크다.
◇ SK '형제 경영'의 부활…최태원, 사촌 동생에 최고 의장 자리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1994년 그룹 경영기획실에 입사했으며 기획 및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 SK그룹과 지분 관계가 정리된 상태다. SK디스커버리는 산하에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두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의 SK㈜ 지분율 역시 0.36%에 불과해 사실상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SK㈜의 최대 주주는 최태원 회장(17.59%), 2대 주주는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53%)이다.
사실상 독립된 회사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 의장으로 영입하려는 데는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선의 판단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최태원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지만 나만의 계획이 있다”며 “정말 고민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자녀들에 아직 승계를 이행하기에는 이른 만큼, 가장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촌 형제에게 경영권을 맡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SK그룹의 세대교체 전략…'공동 대표→각자 대표'·60대 퇴진
SK그룹의 경영진 교체는 '60대 퇴진'과 '공동→각자 대표'로 압축된다.
먼저 2021년 SK텔레콤은 박정호 부회장·유영상 사장 공동 대표에서 유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작년에는 SK E&S가 유정준 부회장·추형욱 사장에서 추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올해는 SK하이닉스에서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최태원 회장이 부회장단에 퇴진을 요청한 만큼, 박정호·곽노정 2인 대표에서 곽노정 단독 대표로의 변화가 유력하다.
아울러 60대가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나는 문화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 하면서 조대식 당시 SK(주) 대표에게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겼다. 김준 SK에너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주) C&C 부문 사장은 SK텔레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SK(주) 최고경영자(CEO)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당시 60대였던 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60대 부회장단이 물러나면, SK(주) CEO로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CEO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거론된다.
k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