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금융지주들의 배당 기준일 변경으로 은행주의 연말 주가 흐름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생금융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은행권 입장에선 실적에 악재가 될만한 이슈가 쌓인 상황에서도 배당 정책의 변경으로 배당락에 따른 주가 영향이 미미하면서다.
홍콩증시가 반등하고 ‘벚꽃배당’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주가 상승 폭이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업종·종목 등락률(화면번호 3211)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주 KRX 은행 지수는 2.4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15%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은행 지수가 0.26%포인트(p) 더 오른 셈이다.
2022년 마지막 주, 2021년 마지막 주 코스피와 은행 지수 간 등락 차이는 각각 마이너스(-) 3.25%, -3.05%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배당락 효과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마지막 주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 평균도 코스피와 비교해 -0.9%p 차이를 보였다. 2021년의 -3.35%p, 2022년의 -3.53%와 비교해도 연말 주가 하락 폭이 감소했다.
통상 금융주 등 고배당 종목은 연말 배당 기준일 전 보유하고, 기준일이 지난 후 매도하는 등 배당락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그 공식이 깨진 것이다.
지난해 말 은행주 주가가 지수 대비 낙폭이 감소하는 등 예년과 다른 주가 움직임의 배경에는 금융지주들이 배당 기준일 변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기말 배당을 위해선 연말을 기준으로 배당 기준일을 설정했으나, 금융지주들이 기준일을 올해 2월로 설정하면서 기준일 이후 매도하는 그간의 거래 패턴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초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따라 은행주 대다수는 올해 1~2월 이사회에서 2023년 기말 배당기준일 및 예상배당액을 결정한 뒤,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2월 말부터 3월 말(1분기 배당기준일) 사이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배당을 총 2회 받을 수 있어 고배당 주식을 보유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라면 연말 배당기준일까지 보유하고 나면 투자자들의 주식 처분으로 배당락이 일어나는데 배당기준일이 변경되면서 연말에 주식 처분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2월 말에 주식을 갖고 3월 말까지 한 달을 갖고 있어도 배당을 두 번 받을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 수익을 받기에 좋은 투자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은행주 보유 흐름은 연초에도 나타났다.
연초 이후 전일까지 KRX 은행 지수는 -0.48%의 등락률을 나타냈으나, 코스피 지수는 -6.99%를 기록하면서 은행주가 초과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금융지주의 변화된 배당 정책이 은행을 둘러싼 실적 이슈를 상쇄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이자 캐시백 등 상생 금융으로 인해 은행 수익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홍콩 H지수 ELS 사태나 당국의 충당금 적립 주문 등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연구원은 “그간 은행주 배당은 실적 추산을 바탕으로 가늠하는 정도였는데, 이번 배당 정책 변경으로 배당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게 전향했다”며 “특히 분기 배당을 하는 4대 금융지주의 경우 기말과 1분기를 모두 받을 수 있어 부정적 이슈를 희석해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g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