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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연착륙 외쳐온 월러, 결국 옳았다…연준서 영향력 커져"

트럼프가 이사 지명…차기 연준 의장 가능성도 거론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2년 전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는 '베버리지 곡선'을 지적하며 실업률은 높이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는 길이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는 곧바로 주요 경제학자들의 상당한 반발을 가져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실업률 상승 없는 연착륙은 불가하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월러가 언급한 대로 실업률은 여전히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은 2% 근방까지 떨어지면서 월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28일(현지시간) 지난 수년간 연준에서 매파 성향의 목소리를 내온 월러 이사의 과거 주장이 “선견지명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하며 이로 인해 연준 내 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당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노동시장 냉각이 실업률 상승 없이 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노동시장에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고용주로 하여금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공석을 없애 고용을 늦추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실업률을 높이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논쟁은 노동 공급을 보여주는 실업률과 노동 수요를 나타내는 빈 일자리율(구인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베버리지 곡선이 통할지 여부였다. 통상 실업률이 하락하면 빈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게 정설이었다.

서머스와 블랑샤르는 1950년 이후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고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던 사례가 없었다며 월러와 연준을 반박했다.

그러나 빈 일자리율은 2022년 7% 수준에서 현재 5.4%로 하락했고, 실업률은 올해 1월 3.7%로 2022년 6월 기록한 3.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은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 기준으로 2022년 6월 7.1%에서 지난해 12월 2.6%로 하락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UBS 조나단 핑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되돌아보면 “월러 이사와 동료 연준 경제학자의 분석이 상당히 선견지명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 상승률이 2%의 인플레를 보장하기 위해 더 떨어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말로, 그들은 그들이 예측한 데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2022년 금리를 올리기 전에 노동시장이 강하다며 다른 이들보다 더 빠른 출구전략을 주장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월러와 같은 시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해 봄 블랑샤르는 파월과 가진 오찬에서 연준의 장밋빛 전망을 일축하며 베버리지 곡선을 인용하며, 연준의 전망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피구라 등은 베버리지 곡선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내용을 설파하기 시작했고, 이는 월러의 주장을 더욱 굳히게 했다. 월러는 결국 2022년 5월 독일에서 가진 연설에서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고도 빈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으며 반대로 실업률이 하락하지 않고도 빈 일자리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러는 당시 “우리는 지금과 같은 노동 수요를 본 적이 없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의 이 같은 선견지명은 연준에서 월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WSJ의 티미라오스 기자는 주목했다.

월러는 올해 64세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26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을 대신할 후임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월러는 노트르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9년에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서 연구원으로 연준에 몸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월러를 지명할 당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전 연은 총재에게 자문을 구했고, 불러드 총재가 월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랑샤르는 WSJ에 “(월러와 피구라가) 우리보다 더 맞았던 것은 분명하다”라며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3쿼터 말에서 그들은 분명 앞서 있다”고 말했다.

서머스도 인터뷰에서 “확실히 지금까지 자료는 월러의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우리는 여전히 2%의 인플레이션을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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